지난 주일은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이 있는 주간으로 우리교회에서는 여성주일로 지키고 있습니다. 이 주일이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그동안 한 번도 여성에 관한 설교를 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는데 지난 주일에 그 설교를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마가복음을 계속 강해하면서 하던 설교 본문도 마침 예수님께 향유를 부은 여인의 이야기라서 주제에 잘 맞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설교 준비를 미리부터 시작하고 주석서까지 꼼꼼히 살펴봤음에도 불구하고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요즘 뉴스를 뜨겁게 달구는 미투(me too)운동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별로 모범적이지 않은 청소년기와 청년기를 보냈기 때문이었을까, 크고 작은 성적 희롱과 추행이 일상적이었거나, 여성을 함부로 대하는 남자를 오히려 '남자답다'고 하던 시대에 반성 없이 성장해서 그랬을까, 미투 운동이 남의 이야기로만 들리지는 않았습니다. 그런 야만의 시대를 아무런 느낌도 반성도 없이 남들 하는 대로 흘러가듯 살아온 저 역시 미투운동에 의해 고발당해야 하는 잠재적 혹은 간접적 공범, 소극적 주범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좀 놀았다'는 저는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또 얼마나 많은 여성들을 차별과 희롱, 추행했겠습니다. 어쨌건 결백하지 못함을 인정하고 반성합니다. 그저 바라기는 이제 가물가물하거나 의도적이었는지조차 깨닫지 못하는 일들로 인해 불쾌감을 느꼈을 여성들을 찾아내 사과할 수도 없으니... 큰 상처가 안 되고 지나갔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여성주일 설교가 어려웠습니다. 중언부언하다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시간만 흘러갔습니다. 내 지나온 삶이 떳떳하지 못한데 그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회개 없이, '여인이 예수님의 길을 예비했다, 여성인권을 존중하라, 여성성이 회복되어야 한다'는 설교를 한다는 게 위선적이라고 느꼈었나 봅니다. 주제를 힘차게 강조하며 마쳐야 했는데 결국 흐지부지,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저 스스로도 겸연쩍고 정리되지 못한 부끄러운 말을 설교라고 쏟아냈던 것 같습니다. 한국사회의 성평등적 성숙을 위해서 너무 오래, 너무 많은 여성들이 희생되었고, 너무나 둔감하였던 우리의 인권 의식에 가슴 아파하며, 하나님께서 오늘의 상처를 딛고 건강한 미래로 나아가도록 위안과 힘을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이 글은 좋은만남교회 3월 11일자 주보 [목회서신]란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