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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와 보수 | 양재성 목사

by 새물결 posted Nov 1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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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와 보수

 

양재성 목사(가재울녹색교회)

 

평신도 성경학교란 이름으로 진행되는 서대문지방 사경회는 5일간 500여명이 모여 다양한 주제로 성경과 기도, 교리와 영성을 공부했다. 나에게 주어진 과목은 산상수훈이다.

 

우리 반은 50여명이 참여하였고 대부분 70대 전후의 권사님들이었으며 80이 넘은 분들도 상당수 계셨다. 물론 30대와 40대도 더러 계셨다. 교인들의 노령화가 심각함을 반증함이다. 첫 강의를 마치자 한 분이 목사님은 진보적인 목사님이죠?’ 라며 한 마디 한다. 나는 진보적인 목사라고 소개하고 보수와 진보적 입장에서 골고루 들어야 균형 감각이 살아난다고 말하며 다시 자신을 소개하였다. 나는 예수를 믿는 것을 넘어 예수를 살자는 사람이다. 예수를 살자하니 가장 보수적인 목사요, 복음적인 목사라 소개하고, 아울러 하나님 나라 건설을 위해 불의하고 부패한 사회를 바꾸자는 것이니, 진보적인 목사인 것도 맞는다고 말했다. 그럴싸한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고 박수를 보내준다.

 

산상수훈은 복음서 중에서도 복음서이다. 예수의 어록을 집대성한 어록집으로 예수님의 생방송이다. 산상수훈엔 마태공동체교회의 의도가 다분히 내포되어 있다. 마태교회는 대부분 유대인들이었고 실제로 율법을 소중히 여겼다. 마태공동체는 예수의 다양한 말씀을 자신들의 상황이 맞게 재해석하고 편집하였다. 가장 위대한 지도자 모세보다도 더 위대한 인물로 예수를 제시한다. 마태 공동체는 예수의 권위를 율법보다 더 큰 권위로 세운다. 결국 율법의 완성자로 예수를 소개하였으며 예수의 가르침이 하나님의 새로운 복음임을 제시하였다. 예수는 철저하게 로마 제국에 상반된 개념으로 하늘나라를 제시하였다. 로마제국이 1%의 상위계급을 위해 99%를 노예로 만드는 나라라면 하늘나라는 하나님의 뜻이 실현된 나라로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사는 나라다. 결국 모든 민중이 주인인 평등한 나라이다. 팔복은 예수의 길을 걷는 것이 무엇인지? 기독교인으로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제시한다. 기독교인으로 산다는 것은 세상 사람들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삶을 선택한 것이고 완전히 새로운 길이다. 개혁교회가 믿음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삶을 사장시켰다면 믿음의 근본인 산상수훈은 행함의 문제를 끈질기게 제시한다. 역시 복음과 믿음은 행함이 동반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다행인 것은 뜨거운 마음으로 진지하게 잘 경청해 주었다. 많은 분들이 은혜를 받았다며 고마워했다. 교회에 대하여 많은 실망과 체념을 하면서도 아니 다닐 수 없어 교회에 다닌다고 하면서도 새로운 희망을 기대하고 있었다. 절망하다가도 새로운 교회를 기대하는 성도들을 보면서 또 교회에 희망을 걸어본다. 이것이 나의 숙명인가보다. 교회를 교회되게 하는 일은 너무나 소중한 일이다. (지리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