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목회자들의 위기
여름 휴가를 맞아 뜻밖의 제주도 여행길에 나서 감신대 동문이자 아내의 친구 부부가 운영하는 게스트 하우스에서 두 번의 밤을 보냈습니다. 합천 초계에서 교회를 개척하고 목회를 잘 하던 이 부부가 갑자기 모든 것을 내려놓고 제주도로 내려가 게스트 하우스를 하면서 '돈 잘 못 버는' 제주도 사람으로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게스트 하우스에서 최근에 한 이벤트를 했습니다. 목회에 지친 사연 있는 목사를 매월 한 가정씩 선정해 무료로 묶게 해준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저는 해당이 안 되었지만 아내가 '절친 찬스'를 사용하였습니다. 참 귀한 일이라고 생각하였는데 막상 가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매월 한 가정에게만 혜택을 주려고 하였는데 문의 전화가 열 통이 넘게 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중 몇 가정을 초대하기로 했나고 물으니 결국 전부 다 초대하기로 했답니다. 들어보니 다들 나름대로의 힘겨운 사정이 있고 거절하기가 어려웠다고 합니다.
제가 묶는 이틀 동안에도 세 목회자 가정을 만났습니다. 목회와 교단에 대한 회의를 가진 전도사 부부, 부목사로 있다가 교회에 분란이 일어나 결국 사임을 한 목사 부부. 그 중 한 목사님은 저도 좀 아는 신학대 후배였는데 사모님이 산후 우울증으로 많이 힘들어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사모님이 제 처제의 동기여서 더 마음이 짠했습니다.
그 게스트 하우스 안에 있는 목사들의 조합이 참 특이했다고나 할까요! 목회를 그만 둔 마음 좋은 전직 목사인 게스트 하우스 사장, 나 같은 날라리 목사에 분란 때문에 교회를 사직하고 아내 건강을 추스리는 목사, 교단의 정책과 신학에 동의하지 못하는 전도사, 그리고 왜 이 이벤트에 신청했는지 알 수 없는 보수교단의 부목사까지...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금 젊은 목회자들의 삶이 그다지 행복하지도 않고 그들의 목회사역에 불 붙는 듯한 열정이 끓어오르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그것은 교회와 교단이 그들을 품어주고 그들의 미래를 위해 함께 고민하기는커녕 그들을 소모품처럼 대우하고 예수의 이름으로 그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단지 개인의 불성실로 치부하기에는 교회와 하나님의 자녀들, 사역자들의 미래가 암담하여, 그저 답답한 한숨만 쉴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