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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에 가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나고 이어지는 패럴림픽에 북한선수가 참여하는지가 관심사였다. 우여곡절 끝에 두 명의 북한 스키선수가 평창 패럴림픽에 출전할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북한 선수가 동계 패럴림픽에 참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가 평창 동계올림픽의 평화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북한 선수들에게 와일드카드를 부여하기로 결정하였지만 그것만으로 경기에 참가할 수는 없다. 스키도 필요하고 장비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가을 대북인도지원단체 함께나누는세상에 한 IPC 위원이 제안을 하였다. “북한 선수가 스키가 없다. 북한 선수가 패럴림픽에 참가하게 될지 아닐지 모르지만 만약 참가하게 된다 해도 그때는 너무 늦으니까 스키를 미리 장만하여 훈련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역사적인 일에 거절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IPC위원의 요청이었다. 장애인용 스키와 체어는 한국에서 구입, 제작하여 그 위원이 중국에서 전달하였고 북한 선수들이 그 스키로 연습을 하고 결국 그 스키로 평창 동계 패럴림픽에 참가하게 되었다.

 

오늘 그 선수들이 참가하는 경기가 평창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렸다. 어렵게 처음 출전한 북한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회원단체가 응원단을 꾸려 평창으로 출발했다. 새벽 6시 광화문빌딩 앞에서 출발한 전세버스는 부족한 새벽잠을 마저 채우려는 40여명의 응원단을 싣고 여명이 밝아오는 틈을 가르며 평창으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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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시 경 휴게소에서 잠시 쉴 때 버스의 텔레비전 화면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청으로 이동한다는 뉴스가 나왔다. 우리가 탄 버스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다스 소유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다스 주식을 매입하는 ‘플랜다스의 계’ 운동을 벌인 국민재산되찾기운동본부의 상임대표 박창일 신부(평화3000 운영위원장)도 타고 있었다. 15만원 한 구좌씩 참여하자는 국민 클라우드 펀딩 운동은 한 달여만에 150억 원을 모았다고 한다. 목표금액에 도달하여 계좌를 닫자 왜 더 받지 않느냐는 항의도 있었다고 한다. 아무튼 그 결실이 오늘부터 영글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은 모금된 돈을 되돌려주는 절차를 밟고 있다. 박창일 신부에게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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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차량 주차장에서 버스를 내려 셔틀버스로 갈아타고 9시 40분경에 바이애슬론센터에 도착하니 6.15남측본부 강원지부 회원들이 패딩을 맞춰 입고 독도가 그려진 한반도기를 흔들며 ‘통일조국, 우리는 하나다!’ 등을 외치며 열심히 응원연습을 하고 있었다. 동계 패럴림픽이라고 하기에는 날씨가 너무 따뜻했다. 강원도라 추울 줄 알고 껴입고 간 점퍼가 너무 거추장스러웠다. 

 

북한 선수들이 참가하는 크로스컨트리 스키 경기는 남자 1.1km 스프린터 좌식 예선으로 오전 10시부터 시작하였다. 예선을 치르는 선수들은 10시 정각부터 15초 간격으로 출발하여 기록으로 순위를 매겨 다음 예선으로 올라간다. 한국의 신의현 선수는 두 번째로 출발하고 북한 선수들은 서른두 번째와 서른세 번째로 출발한다고 했다. 우리는 6.15팀과 함께 열심히 한반도기를 흔들며 응원을 했다. 신의현 선수가 선전을 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북한선수들이 보이지 않는다. 모든 선수들이 다 골인하고 예선전이 끝났다. 출전을 하지 않았나? 그런데 대형 스크린에는 PRK 선수 두 명이 최하위권으로 기록됐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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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을 너무 열심히 하다 보니 북한 선수들의 출발을 놓친 것이다. 게다가 그들은 우리가 습관적으로 생각하는 하얗고 빨간 북한 선수단복을 입지 않고 연두색을 입고 있었다. 아뿔사! 역사적인 첫 출전경기를 놓쳤다. 골라인 쪽에 보니 북한 선수단 임원으로 보이는 남자가 평창 올림픽 때 보았던 북한 선수단의 하얗고 빨간 그 롱패딩을 입고 있었다. 경기를 마치고 바로 그 장애인용 스키를 타고 이동하는 두 명의 선수들을 보고서야 그들이 북한 선수들임을 깨달았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멀리서 그저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한반도기를 흔들 뿐이었다. 비록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못하였지만 그들의 첫 출전이 씨앗이 되어 몇 년 뒤에는 더 많은 장애인 선수들이 패럴림픽에 참가하게 될 것이다.

 

어떤 일간지에는 두 명의 북한 선수들의 패럴림픽 출전을 보여주기, 쑈, 선전이라는 부정적인 단어를 써가며 북한이 무슨 장애인을 위한 배려를 하겠느냐며 폄하하고 비웃는 글이 실렸다고 한다. 물론 그럴 지도 모르겠지만 경기에 참가하여 죽을 힘을 다해 스키 폴을 지치며 언덕을 힘겹게 올라가던 그 선수들의 땀방울까지 폄하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과연 비웃음과 폄하가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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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경기를 보는데 관중석 중간부분이 시끄럽다. 무슨 일인가보니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청와대 사람들과 와서 경기를 관람하고 있었다. 사진기자들이며 관람객들이 에워싸고 카메라와 핸드폰을 들이대고 있었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사람들 틈에 섞여 있는 대통령을  볼 수 있는 시절이 오다니, 그저 신기하면서도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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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선수들의 투혼에 절로 박수와 환호가 터진다. 한 팔로 스키를 지치는 선수, 팔이 없어 다리로만 스키를 달리는 선수들, 로봇 다리로 스키를 타는 선수.., 언덕길에서 힘이 나지 않아 올라가지도 내려가짇도 못하는 좌식 스키 선수는 거기서 한참의 시간을 보냈지만 결국 골인했다. 내리막길에서 좌식 스키가 넘어져 한참을 낑낑 매던 선수도 다시 일어나 결국 골라인을 통과했다. 로봇 다리로 스키를 타던 선수는 마지막으로 들어오면서도 골라인 앞에서 몇 번을 넘어졌다. 그래도 악착같이 오뚝이처럼 일어나 결국 골라인을 통과했다. 관람객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으로 끝가지 포기하지 않은 투혼과 스포츠맨십을 칭찬했다. 뭔가 속에서 한 덩어리가 울컥 하고 올라온다. 감동이다.

 

12시부터 재개된 2차 예선에는 컷오프를 통과한 한국의 신의현 선수가 달렸다. 이 경기에서 신 선수는 2위로 골인했다. 나중에 집에 와서 글을 쓰며 보니 최종적으로 8위를 했다. 2차 예선에서 4위에서 3위로, 결국 2위로 치고 올라오며 무섭게 앞으로 추월하던 신의현 선수의 경기모습이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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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만 보고 북민협 응원단은 자리에서 일어나 셔틀버스를 타고 올림픽 플라자로 이동하였다. 입구 검색대에서는 응원에 사용했던 한반도기의 반입을 불허하였다. 독도가 그려져 있다는 이유로! 나중에 다시 찾아가기로 하고 입장하여 기념품 판매장에 들렀다. 가격이 후덜덜했다. 가난한 나는 그냥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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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플라자를 나와 옆의 상지대관령고등학교 마당에 꾸려진 고려황궁 개성만월대 남북공동발굴 평창특별전을 관람했다. 사진과 모형, 역사 등을 잘 전시해놓았다. 개성 만월대 유적지에서 출토된 유물을 3D 프린터로 재생해놓은 것도 있었다. 현대과학기술이 역사와 만났다. 관람하는 중에 한 여성 실무자가 “난 이거 개성 가서 직접 봤는데!”라고 말했다. 그게  2015년 이야기란다. 부러움과 더불어 대북  인도지원사업단체 실무자가 몇 년 동안 북한을 방문하지 못하는 현실이 아프게 다가왔다.

 

서울로 향하는 길에 늦은 점심을 유명하다는 맛집 식당에서 먹었다. 산채정식이라는데 맛있기도 햇지만 배가 너무 고파서 정신없이 두 공기나 해치웠다. 버스에 타니 나른함과 포만감이 어슬렁어슬렁 단잠에 빠져들게 했다. 출발했던 광화문에 도착하니 저녁 6시였다. 꼬박 12시간 만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전운이 감돌던 한반도에 획기적인 전환점을 만든 평창 올림픽. 물론 이후에 어떤 방식으로 전개될 것인가가 더욱 중요한 관건이다. 말하기 좋아하는 어떤 사람들은 북한이 평창 올림픽을 통해 선전 선동을 하면서 시간을 벌고 있다고도 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 올림픽을 평양에 상납했다고도 한다. 결과는 앞으로 진행되는 모습으로 설명될 것이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그러나 목표는 항상 한반도의 평화가 되어야 한다. 악의가 선의가 되기도 하고 선의가 악의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는 보이지 않는 섭리가 있다.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섭리의 도우심을 기도할 뿐. 그리고 남한의 대북단체가 북한 장애인 선수의 첫 동계 패럴림픽 출전을 도울 수 있었다는 것이 기쁘다. 그렇게 한두 번 오가던 발걸음이 길을 내고 사람들이 그 길을 걸어가게 될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