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회목회자모임 '새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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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 제4주 (가해) 거룩한 독서

                 Lectio Divina


내적침묵기도 | Centering Prayer

읽기         | Lectio  


   구약 | 삼상 16:1-13


 1 여호와께서 사무엘에게 이르시되 내가 이미 사울을 버려 이스라엘     왕이 되지 못하게 하였거늘 네가 그를 위하여 언제까지 슬퍼하겠느냐 너는 뿔에 기름을 채워 가지고 가라 내가 너를 베들레헴 사람 이새에게로 보내리니 이는 내가 그의 아들 중에서 한 왕을 보았느니라 하시는지라 

 2 사무엘이 이르되 내가 어찌 갈 수 있으리이까 사울이 들으면 나를 죽이리이다 하니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너는 암송아지를 끌고 가서 말하기를 내가 여호와께 제사를 드리러 왔다 하고 

 3 이새를 제사에 청하라 내가 네게 행할 일을 가르치리니 내가 네게 알게 하는 자에게 나를 위하여 기름을 부을지니라 

 4 사무엘이 여호와의 말씀대로 행하여 베들레헴에 이르매 성읍 장로들이 떨며 그를 영접하여 이르되 평강을 위하여 오시나이까 

 5 이르되 평강을 위함이니라 내가 여호와께 제사하러 왔으니 스스로 성결하게 하고 와서 나와 함께 제사하자 하고 이새와 그의 아들들     을 성결하게 하고 제사에 청하니라 

 6 ○그들이 오매 사무엘이 엘리압을 보고 마음에 이르기를 여호와의 기름 부으실 자가 과연 주님 앞에 있도다 하였더니 

 7 여호와께서 사무엘에게 이르시되 그의 용모와 키를 보지 말라 내가 이미 그를 버렸노라 내가 보는 것은 사람과 같지 아니하니 사람은 외모를 보거니와 나 여호와는 중심을 보느니라 하시더라 

 8 이새가 아비나답을 불러 사무엘 앞을 지나가게 하매 사무엘이 이르되 이도 여호와께서 택하지 아니하셨느니라 하니 

 9 이새가 삼마로 지나게 하매 사무엘이 이르되 이도 여호와께서 택하지 아니하셨느니라 하니라 

10 이새가 그의 아들 일곱을 다 사무엘 앞으로 지나가게 하나 사무엘이 이새에게 이르되 여호와께서 이들을 택하지 아니하셨느니라 하고 

11 또 사무엘이 이새에게 이르되 네 아들들이 다 여기 있느냐 이새가 이르되 아직 막내가 남았는데 그는 양을 지키나이다 사무엘이 이새에게 이르되 사람을 보내어 그를 데려오라 그가 여기 오기까지는 우리가 식사 자리에 앉지 아니하겠노라 

12 이에 사람을 보내어 그를 데려오매 그의 빛이 붉고 눈이 빼어나고 얼굴이 아름답더라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이가 그니 일어나 기름을 부으라 하시는지라 

13 사무엘이 기름 뿔병을 가져다가 그의 형제 중에서 그에게 부었더니 이 날 이후로 다윗이 여호와의 영에게 크게 감동되니라 사무엘이 떠나서 라마로 가니라 


   응송 | 시 23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서신 | 엡 5:8-14


 8 너희가 전에는 어둠이더니 이제는 주 안에서 빛이라 빛의 자녀들처럼 행하라 

 9 빛의 열매는 모든 착함과 의로움과 진실함에 있느니라 

10 주를 기쁘시게 할 것이 무엇인가 시험하여 보라 

11 너희는 열매 없는 어둠의 일에 참여하지 말고 도리어 책망하라 

12 그들이 은밀히 행하는 것들은 말하기도 부끄러운 것들이라 

13 그러나 책망을 받는 모든 것은 빛으로 말미암아 드러나나니 드러는 것마다 빛이니라 

14 그러므로 이르시기를 잠자는 자여 깨어서 죽은 자들 가운데서 일어나라 그리스도께서 너에게 비추이시리라 하셨느니라 


   복음 | 요 9:1-41


 1 예수께서 길을 가실 때에 날 때부터 맹인 된 사람을 보신지라 

 2 제자들이 물어 이르되 랍비여 이 사람이 맹인으로 난 것이 누구의 죄로 인함이니이까 자기니이까 그의 부모니이까 

 3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이 사람이나 그 부모의 죄로 인한 것이 아니라 그에게서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나타내고자 하심이라 

 4 때가 아직 낮이매 나를 보내신 이의 일을 우리가 하여야 하리라 밤이 오리니 그 때는 아무도 일할 수 없느니라 

 5 내가 세상에 있는 동안에는 세상의 빛이로라 

 6 이 말씀을 하시고 땅에 침을 뱉어 진흙을 이겨 그의 눈에 바르시고 

 7 이르시되 실로암 못에 가서 씻으라 하시니 (실로암은 번역하면 보냄을 받았다는 뜻이라) 이에 가서 씻고 밝은 눈으로 왔더라 

 8 이웃 사람들과 전에 그가 걸인인 것을 보았던 사람들이 이르되 이는 앉아서 구걸하던 자가 아니냐 

 9 어떤 사람은 그 사람이라 하며 어떤 사람은 아니라 그와 비슷하다 하거늘 자기 말은 내가 그라 하니 

10 그들이 묻되 그러면 네 눈이 어떻게 떠졌느냐 

11 대답하되 예수라 하는 그 사람이 진흙을 이겨 내 눈에 바르고 나더러 실로암에 가서 씻으라 하기에 가서 씻었더니 보게 되었노라 

12.그들이 이르되 그가 어디 있느냐 이르되 알지 못하노라 하니라 

13 ○그들이 전에 맹인이었던 사람을 데리고 바리새인들에게 갔더라 

14 예수께서 진흙을 이겨 눈을 뜨게 하신 날은 안식일이라 

15 그러므로 바리새인들도 그가 어떻게 보게 되었는지를 물으니 이르되 그 사람이 진흙을 내 눈에 바르매 내가 씻고 보나이다 하니 

16 바리새인 중에 어떤 사람은 말하되 이 사람이 안식일을 지키지 아니하니 하나님께로부터 온 자가 아니라 하며 어떤 사람은 말하되 죄인으로서 어떻게 이러한 표적을 행하겠느냐 하여 그들 중에 분쟁이 있었더니 

17 이에 맹인되었던 자에게 다시 묻되 그 사람이 네 눈을 뜨게 하였으니 너는 그를 어떠한 사람이라 하느냐 대답하되 선지자니이다 하니 

18 유대인들이 그가 맹인으로 있다가 보게 된 것을 믿지 아니하고 그 부모를 불러 묻되 

19 이는 너희 말에 맹인으로 났다 하는 너희 아들이냐 그러면 지금은 어떻게 해서 보느냐 

20 그 부모가 대답하여 이르되 이 사람이 우리 아들인 것과 맹인으로 난 것을 아나이다 

21 그러나 지금 어떻게 해서 보는지 또는 누가 그 눈을 뜨게 하였는지 우리는 알지 못하나이다 그에게 물어 보소서 그가 장성하였으니 자     기 일을 말하리이다 

22 그 부모가 이렇게 말한 것은 이미 유대인들이 누구든지 예수를 그리스도로 시인하는 자는 출교하기로 결의하였으므로 그들을 무서워     함이러라 

23 이러므로 그 부모가 말하기를 그가 장성하였으니 그에게 물어 보소서 하였더라 

24 이에 그들이 맹인이었던 사람을 두 번째 불러 이르되 너는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라 우리는 이 사람이 죄인인 줄 아노라 

25 대답하되 그가 죄인인지 내가 알지 못하나 한 가지 아는 것은 내가 맹인으로 있다가 지금 보는 그것이니이다 

26 그들이 이르되 그 사람이 네게 무엇을 하였느냐 어떻게 네 눈을 뜨게 하였느냐 

27 대답하되 내가 이미 일렀어도 듣지 아니하고 어찌하여 다시 듣고자 하나이까 당신들도 그의 제자가 되려 하나이까 

28 그들이 욕하여 이르되 너는 그의 제자이나 우리는 모세의 제자라 

29 하나님이 모세에게는 말씀하신 줄을 우리가 알거니와 이 사람은 어디서 왔는지 알지 못하노라 

30 그 사람이 대답하여 이르되 이상하다 이 사람이 내 눈을 뜨게 하였으되 당신들은 그가 어디서 왔는지 알지 못하는도다 

31 하나님이 죄인의 말을 듣지 아니하시고 경건하여 그의 뜻대로 행하는 자의 말은 들으시는 줄을 우리가 아나이다 

32 창세 이후로 맹인으로 난 자의 눈을 뜨게 하였다 함을 듣지 못하였으니 

33 이 사람이 하나님께로부터 오지 아니하였으면 아무 일도 할 수 없으리이다 

34 그들이 대답하여 이르되 네가 온전히 죄 가운데서 나서 우리를 가르치느냐 하고 이에 쫓아내어 보내니라 

35 ○예수께서 그들이 그 사람을 쫓아냈다 하는 말을 들으셨더니 그를 만나사 이르시되 네가 인자를 믿느냐 

36 대답하여 이르되 주여 그가 누구시오니이까 내가 믿고자 하나이다 

37 예수께서 이르시되 네가 그를 보았거니와 지금 너와 말하는 자가 그이니라 

38 이르되 주여 내가 믿나이다 하고 절하는지라 

39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심판하러 이 세상에 왔으니 보지 못하는 자들은 보게 하고 보는 자들은 맹인이 되게 하려 함이라 하시니 

40 바리새인 중에 예수와 함께 있던 자들이 이 말씀을 듣고 이르되 우리도 맹인인가 

41 예수께서 이르시되 너희가 맹인이 되었더라면 죄가 없으려니와 본다고 하니 너희 죄가 그대로 있느니라 


묵상 | meditatio


①삼상 16:7을 묵상하십시오. 엘리압의 외모를 보고 '여호와의 기름 부    으실 자'라고 생각한 사무엘에게 하나님은 무엇이라고 하십니까? 


②요 9:36-38을 묵상하십시오. 육의 눈을 뜨게 된 맹인이 마침내 예     수를 그리스도로 인식했을 때, 그의 '봄'은 무엇으로 변합니까? 


③엡 5:8, 9을 묵상하십시오. 빛의 자녀들이 맺는 빛의 열매는 궁극적    으로 무엇입니까? 


기     도 | Oratio  | 5-10분

묵상 나눔



미묘현통微妙玄通 그리스도인



   노자의 도덕경 제15장에 이런 교훈이 있습니다. "고지선위사자古(之善爲士者)는 미묘현통(微妙玄通) 하여 심불가식(深不可識)이라." 여기서 '고지선위사자(古之善爲士者)'란 옛적의 제대로 된 선비를 의미하는데, 그 훌륭한 선비가 '미묘현통(微妙玄通)'하다는 것은 '작을 미(微)' 즉 섬세해서 눈에 잘 뜨이지 않고, '묘할 묘(妙)' 없는 듯 신묘해서 가늠할 수가 없고, '검을 현(玄)' 그 본성이 심원(深遠)처럼 깊음으로, '통할 통(通)' 사방으로 열려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런 까닭에 '심불가식(深不可識)' 깊이를 헤아릴 수 없다. 즉 세인들 인식의 지평에 잘 잡히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토록 '부유불가식(夫唯不可識)' 대저 오로지 헤아릴 길 없기에, '고강위지용(故强爲之容)' 억지로 그 모양을 그려보자면, '예혜(豫兮)' '약동섭천(若冬涉川)' 머뭇거림이 한 겨울에 살얼음 냇갈을 건너는 것 같고, '유혜(猶兮)' '약외사린(若畏四隣)' 조심스럽기가 사방 주위를 두렵게 살피는 것 같다고 합니다. 슬쩍 봐서는 별것 아닌 존재요 미미한 모습인데, 보면 볼수록 깊고 넓어서 가 닿지 않는 곳 없는, 그런 사람이 제대로 된 선비입니다. 옛적 그렇게 제대로 된 선비처럼 우리의 그리스도인 됨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노자는 그런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에 대해 '보차도자 불욕영(保此道者 不欲盈)' 즉 '스스로 채우려 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무위당 장일순 선생은 이 말의 뜻을 '낡지 않으면서 새것을 만들지도 않는다'고 풀이해 줬는데, '낡아지지 않으니까 새것을 만들 까닭이 없다'는 뜻입니다. 큰 교훈을 주는 말씀입니다. 그리스도인인 우리들이 미묘현통(微妙玄通)에 이르지 못하면, 즉 말씀을 깨닫는데 섬세하지 못하고, 깊지 못하고, 통하지 못하면, 스스로의 주장으로 자신을 채우고 극단에 빠져, 낡아지고, 퇴보하는 사람이 되고 말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그리스도인이 미묘현통(微妙玄通) 즉 말씀을 섬세하고 깊게 깨달아서 하나님과 통하고, 사방 이웃들과도 사랑스럽게 통하며 살아가게 되면,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히 동일하신 하나님의 진리 안에서 낡아지지 않고 퇴보하지 않는 참 신앙인이 될 것입니다. 내면이 낡아지지 않는 그리스도인은 의연할 것이고, 내면이 낡아지는 종교인은 늘 새 것을 찾아다니다가 자칫 그릇된 교설이나 이단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오늘 성서일과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곰곰이 묵상하다 보면, 마치 일부러 배역을 맞춘 듯 어떤 이는 낡은 시선에서 비롯된 낡아진 인간상을 보여주고, 어떤 이는 그리스도를 향한 눈을 점점 깊고 섬세하게 떠가다가 마침내 내면의 영성(靈性)이 깊어지고 넓어져 낡아지지 않는 거듭난 인간상을 보여줍니다. 먼저 구약의 말씀은 고대 이스라엘이 부족시대에서 왕정시대로 넘어오는 과도기 때 일어난 한 일화를 소개해 주고 있습니다. 당시 이스라엘을 대표한 인물은 사무엘이었는데, 어느 날 이스라엘의 장로들이 당시 라마에 있던 사무엘을 찾아가 "모든 나라와 같이 우리에게 왕을 세워 우리를 다스리게 하소서"(삼상 8:5) 라고 요구합니다. 그가 여호와께 그 문제로 기도하자, 여호와께서는 그에게 "백성이 한 말을 다 들어주라"(삼상 5:7)고 말씀하십니다. 사무엘은 심사숙고 끝에 사울을 이스라엘의 첫 왕으로 세웁니다. 그런데 당시 사울에 대한 성경의 평가가 이랬습니다. "이스라엘 자손 중에 그보다 더 준수한 자가 없고 키는 모든 백성보다 어깨 위만큼 더 컸더라"(삼상 9:2). 물론 이때 사울은 외모만 준수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한때 그는 하나님께서 주신 새 마음의 소유자였고(삼상 10:9), 하나님의 영이 크게 임하여 예언도 했었습니다(삼상 10:10).하지만 그는 새 마음을 끝까지 지키지 못합니다. 그는 언제부터인가 여호와의 목소리를 청종하지 않았고(삼상 15:19), 여호와께서는 그를 왕으로 삼으신 것을 후회하셨습니다(삼상 15:35). 마침내 사울은 폐위되고 마는데, 그것이 오늘 구약의 말씀이 있게 된 배경입니다. 사울이 폐위된 후에 하나님께서 사무엘을 불러 베들레헴 사람 이새에게로 가라시며 '내가 그의 아들 중에서 한 왕을 보았다'(삼상 16:1)고 하십니다. 사무엘은 하나님의 말씀대로 이새의 집으로 가서 그의 아들들을 제사에 초청해 장남부터 차례대로 자기 앞에 서게 합니다(삼상 16:5). 그리고 이어지는 말씀을 보십시오. 


그들이 오매 사무엘이 엘리압을 보고 마음에 이르기를 여호와의 기름 부으실 자가 과연 주님 앞에 있도다 하였더니 여호와께서 사무엘에게 이르시되 그의 용모와 키를 보지 말라 내가 이미 그를 버렸노라 | 삼상 16:6, 7a


   사무엘이 다윗의 형 엘리압의 외모를 보고 마음으로 '여호와의 기름 부으실 자'(삼상 16:6, 7)라고 판단한 것으로 미루어 그의 외모가 준수하고 키가 컸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의 용모와 키를 보지 말라시며 "내가 이미 그를 버렸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면 하나님께서는 사람의 무엇을 보십니까?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 여호와는 중심을 보느니라 | 삼상 16:7b

 

   사람은 드러난 용모와 출신과 배경을 보지만 하나님은 감춰진 내면을 보신다는 말씀입니다. 우리는 이 차이를 깨달아야 하고, 이 차이를 좁힐 수 있어야 합니다. 이새가 데리고 온 일곱 명의 아들들을 다 보았지만 여호와께서는 그 중 아무도 선택하시지 않았습니다. 더 이상 아들이 없느냐고 묻자 이새가 이렇게 대답합니다. 

아직 막내가 남았는데 그는 양을 지키나이다 | 삼상 16:11a


   사무엘이 사람을 보내어 그를 데려오도록 합니다(삼상 16:11b). 그리고 마침내 다윗이 오자 하나님께서 사무엘에게 말씀하십니다. 


이가 그니 일어나 기름을 부으라 | 삼상 16:12


   양을 지키다 왔으니 목동의 복장 그대로였겠지만, 그러나 하나님께서 그러한 다윗을 마음에 두시고 "나 여호와는 중심을 보느니라"(삼상 16:7)라고 하신 것으로 볼 때, 다윗은 그 중심이 낡아지지 않는 신앙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윗과 형들 사이에 있었던 중심의 차이, 그 차이는 결코 작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리하여 말씀은 이렇게 이어집니다. 


사무엘이 기름 뿔병을 가져다가 그의 형제 중에서 그에게 부었더니 이 날 이후로 다윗이 여호와의 영에게 크게 감동되니라 | 삼상 16:13


   "이 날 이후로 여호와의 영에 크게 감동되었다"는 것은 그가 걸어간 '평생의 삶에 대한' 총체적인 평가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후의 다윗의 삶이 평생 동안 하나님의 영에 감동된 자로서 살지는 못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인생의 한 순간 그는 권력다툼에 치중한 자로 살고, 인생의 어느 한 순간은 정욕으로 쓰러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영은 끝까지 그와 함께 하시며 일평생을 통해 그를 변화시켜 내십니다.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이 은총을 신뢰하고, 우리 또한 평생을 통해 변화되는 것입니다. 그 변화는 내면의 변화입니다. 내면이 낡아지지 말아야 합니다. 섬세하고 맑고 깊어져야 합니다. 오늘 복음서에서 요한은 사람을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이웃들(요 9:8) 혹은 바리새파 사람들의 시선(요 9:40, 41)과, '육신(肉身)의 눈'만이 아닌 '영(靈)의 안목'을 떠가는 맹인의 시선(요 9:7, 29-38)을 비교해서 보여줍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길을 가시던 중 시각장애를 가진 한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제자들이 예수님께 이렇게 묻습니다. 


랍비여 이 사람이 맹인으로 난 것이 누구의 죄로 인함이니이까 자기니이까 그의 부모니이까 | 요 9:2

  

   제자들의 질문은 당시 세계관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유대교의 통념상 맹인이나 문둥병에 걸리는 것은 그 질병에 걸린 자신 혹은 부모의 죄 때문이라고 간주하는 것이 당시 유대인들의 세계관이었습니다. 그들의 이런 생각은 출 20:5;34:7;민 14:18 등 구약성경을 바탕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랍비들도 대부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전혀 다른 해석을 내려주십니다. 


이 사람이나 그 부모의 죄로 인한 것이 아니라 그에게서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나타내고자 하심이라 | 요 9:3


   주님의 이런 말씀은 우리에게 새로운 의문을 갖게도 합니다. "그렇다면 맹인이나 부모에게는 원죄가 없거나 평생 사는 동안 죄 지은 일이 없었단 말인가?" 혹은 "이 맹인이 눈 뜨는 사건이 없으면 하나님께서 하시고자 하는 일이 드러날 수 없다는 말씀인 건가? 그렇다면 이 맹인은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드러내기 위한 도구로서 지금껏 억울하게 고통을 당해왔다는 것인가?" 성 요한 크리소스톰의 해석에 따르면,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이 맹인처럼 갖가지 장애나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데, 하나님께서 그 중 이 맹인을 통해 당신 일을 나타내셨다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시선의 차이입니다. 맹인을 바라보는 제자들의 시선(요 9:2)과 이웃들의 시선(요 9:8)은 유대교의 통념과 세계관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낡은 통념에 갇혀 시선과 내면까지 함께 낡아져 있었습니다. 그런 까닭에 그들은 맹인을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마음도 볼 수 없었고, 그의 온 존재에 깃든 하나님의 영광과 그로 인한 존귀함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주님의 시선은 달랐습니다. 주님의 시선은 통념에 갇혀있지 않았고, 따라서 낡아지지도 않은 것이었습니다. 시선이 갇히지 않고 낡아지지 않을 때, 영혼도 갇히지 않고 낡아지지 않습니다. 성 테오그노스토스는 이렇게 교훈합니다. 


만일 당신이 영적으로 거룩한 것을 보기원한다면, 먼저 평온하고 고요한 생활을 하며, 자신과 하나님에 대한 지식을 획득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여 정념 때문에 요동하지 않는 영혼의 순수한 상태를 획득하면, 당신의 지성은 그 무엇의 방해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감지할 것이며, 구원의 복된 소식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예수님의 시선과 영혼이 그러했습니다. 고요한 곳을 찾아 기도하신 예수님, 하나님의 뜻에 시선을 두신 예수님, 그러하신 예수님이셨기에 맹인을 만나셨을 때, 그를 향하고 계신 하나님의 사랑과 관심을 볼 수 있었고, 회복의 복된 말씀을 주실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맹인에게 다가가셔서 땅에 침을 뱉어서 진흙을 이겨 그의 눈에 발라주십니다(요 9:6). 그리고 말씀하십니다. 


실로암 연못에 가서 씻어라 | 요 9:7


   그는 가서 씻고 밝은 눈으로 왔습니다. 맹인이 눈을 뜨게 된 사건을 두고 마을에는 일대 소란이 벌어집니다. "이는 앉아서 구걸하던 자가 아니냐"(요 9:8)며 놀라워하며 말하는 사람도 있었고, 그를 고쳐주신 예수님을 향해 "이 사람이 안식일을 지키지 아니하니 하나님께로부터 온 자가 아니라"(요 9:16)고 냉소적으로 말하는 바리새인도 있었습니다. 율법을 이해하는 시선이 낡아버리니,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마저 낡아버린, 가련한 바리새인의 모습입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서는 사람들의 반응과 평가는 어떠하든지, 이날 이후부터 매일매일 새로운 시선을 떠가며, 영혼이 깊고 맑고 섬세해져가는 맹인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바리새인들이 예수를 죄인으로 몰아가며, 예수를 그리스도로 시인하는 자는 출교하기로 결의하고 부모와 맹인을 차례로 불러 심문할 때(요 9:18-24), 맹인의 부모는 두려움에 사로잡힙니다. 하지만 맹인은 자기 부모와 결이 다른 대답을 합니다. 


그가 죄인인지 내가 알지 못하나 한 가지 아는 것은 내가 맹인으로 있다가 지금 보는 그것이니이다 | 요 9:25


   그들이 재차 "그가 네 눈을 어떻게 뜨게 하였느냐"(요 9:26)고 묻자 그는 천진난만하게 이렇게 대답합니다. 


내가 이미 여러분에게 말하였는데, 여러분은 곧이듣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어찌하여 다시 들으려고 합니까? 여러분도 그분의 제자가 되려고 합니까? | 요 9:26 표준 새 번역


   마침내 사람들은 그에게 욕설을 퍼붓습니다. 그러면서 "너는 그 사람의 제자이지만, 우리는 모세의 제자이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 사람은 어디에서 왔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요 9:28, 29)라고 하자, 맹인은 또 이렇게 대답합니다.  


그분이 내 눈을 뜨게 해주셨는데도, 여러분은 그분이 어디에서 왔는지 모른다니, 참 이상한 일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죄인들의 말은 듣지 않으시지만, 하나님을 공경하고 그의 뜻을 행하는 사람의 말은 들어주시는 줄을, 우리는 압니다. 나면서부터 눈먼 사람의 눈을 누가 뜨게 하였다는 말은, 창세로부터 이제까지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그가 하나님께로부터 오신 분이 아니라면, 아무 일도 하지 못하셨을 것입니다. | 요 9:30-33 표준 새 번역


   마침내 사람들은 "죄 가운데 태어난 네가 우리를 가르치려 드느냐"(요 9:34)며 그를 쫓아내고 맙니다. 헨리 나우웬은 단절된 인간상의 특징을 '마비'로 보았습니다. 가슴이 마비된 사람들은 실존적 인간들이 자아내는 불안이나 기쁨이 아닌 무관심과 권태로 가슴을 채우고 있다는 것입니다. 평생 맹인으로 살아온 사람이 눈을 떠 보게 되었는데, 그가 보게 된 기쁨에는 무관심으로 일관하며, 율법적인 옳고 그름만 따지는 이들에게 도대체 신앙이란 어떤 의미인 걸까요? 그렇게 그들은 낡아지고 있었던 겁니다. 맹인이었던 사람은 서서히 눈이 밝아져 가고, 정상이었던 사람들은 서서히 눈이 어두워지는  놀라운 광경을 우리가 봅니다. 영혼이 어두워지니 시선이 어두워지고, 시선이 어두워지니 행동이 어두워지는 가련한 사람들의 모습과, 시선이 밝아지니 영혼도 밝아지고, 영혼이 밝아지니 믿음이 살아나는 행복한 사람의 모습이 교차합니다. 사람들이 그를 쫓아냈다는 말을 들으신 주님께서 그를 찾아오셔서 물으십니다. "네가 인자를 믿느냐"(요 9:35) 그가 뭐라고 대답합니까? "주여 그가 누구시오니이까 내가 믿고자 하나이다"(요 9:36) 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너는 이미 그를 보았다. 너와 말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그이다 | 요 9:37 


   그리고 그는 마침내 "피스튜오 퀴리에(πιστεύω κύριε)", "주여 내가 믿나이다"(요 9:38) 하며 땅에 엎드립니다. '피스튜오 퀴리에(πιστεύω κύριε)'라는 표현은 완전한 신앙고백인 동시에 예배의 언어입니다. 여기에서 그의 시선은 완전해집니다. 그리고 그의 존재마저 완전해집니다. 그는 육제적인 시력을 얻었을 뿐 아니라, 영광의 주님을 알아볼 수 있는 영(靈)의 눈도 뜨게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주변에 있는 바리새인들을 둘러보시며 의미 있는 말씀을 하십니다. 


내가 심판하러 이 세상에 왔으니 보지 못하는 자들은 보게 하고 보는 자들은 맹인이 되게 하려 함이라 | 요 9:39


   주님의 이 말씀은 단순한 책망이 아니라 심판의 말씀입니다. 하나님의 택함을 받은 백성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택함 받은 이후 오히려 영적 맹인의 삶을 살고 만 비극적인 사람들을 향한 심판의 말씀입니다. 지금 우리는 사순절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사순절은 어떤 절기입니까? 주님께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 스스로 본다고 착각하고 살아가던 우리가 나의 소경됨을 겸손히 인정하고 주님 앞에 엎드리는 절기입니다. 육(肉)의 눈을 감으면 영(靈)의 눈이 뜨입니다. 다메섹으로 가던 사울은 스스로 '본다'는 자부심으로 가득 찼던 사람입니다. 그러던 그가 예수님의 빛 앞에서 소경이 되었을 때, 그 날 이후로 바울은 '영의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그 은총을 체험한 사도 바울이 서신서에서 이렇게 촉구합니다. 


너희가 전에는 어둠이더니 이제는 주 안에서 빛이라 빛의 자녀들처럼 행하라 빛의 열매는 모든 착함과 의로움과 진실함에 있느니라 | 엡 5:8, 9


   자기 내면의 어두움을 본 사람만이 빛이 되기 위해 몸부림 칠 것입니다. 성령의 감동으로 빛의 자녀가 된 사람은 빛의 열매로서의 착함과 의로움과 진실함으로 삶을 살아낼 것입니다. 그렇게 어둠을 이기고 빛의 자녀로 살아가는 사람은, 낡아지지 않기에 새것을 만들 까닭도 없게 됩니다. 말씀을 섬세하고 깊게 깨달아 하나님과 통하고, 사방 이웃들과도 사랑스럽게 통하며 살아가면, 주(主)와 객(客)이 하나로 일치하기 때문에 너와 나를 가르는 구분이 없어집니다. 그것이 미묘현통(微妙玄通) 아니겠습니까? 슬쩍 봐서는 별것 아닌 존재요 미미한 모습인데, 보면 볼수록 깊고 넓어서 가 닿지 않는 곳 없는, 그런 그리스도인 것입니다.


관상 | Contemplatio


   관상은 '하나님을 보는 기도'입니다. 마음이 청결한 자는 하나님을 볼 것입니다. 


실천 | Praxio  


바리새인처럼 '본다' 하는 교만 속에서 낡아지고 있지 않은가? 


②신앙의 시선이 맑고 깊어지며, 영혼도 맑고 깊어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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