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가해) 거룩한 독서
Lectio Divina
■ 내적침묵기도 | Centering Prayer
■ 읽기 | Lectio | 읽기는 듣기입니다.
구약 | 사 52:7-10
7 좋은 소식을 전하며 평화를 공포하며 복된 좋은 소식을 가져오며 구원을 공포하며 시온을 향하여 이르기를 네 하나님이 통치하신다 하는 자의 산을 넘는 발이 어찌 그리 아름다운가
8 네 파수꾼들의 소리로다 그들이 소리를 높여 일제히 노래하니 이는 여호와께서 시온으로 돌아오실 때에 그들의 눈이 마주 보리로다
9 너 예루살렘의 황폐한 곳들아 기쁜 소리를 내어 함께 노래할지어다 이는 여호와께서 그의 백성을 위로하셨고 예루살렘을 구속하셨음이라
10 여호와께서 열방의 목전에서 그의 거룩한 팔을 나타내셨으므로 땅 끝까지도 모두 우리 하나님의 구원을 보았도다
응송 | 시 98
그가 이스라엘의 집에 베푸신 인자와 성실을 기억하셨으므로 땅 끝 까지 이르는 모든 것이 우리 하나님의 구원을 보았도다
서신 | 히 1:1-4
1 옛적에 선지자들을 통하여 여러 부분과 여러 모양으로 우리 조상들 에게 말씀하신 하나님이
2 이 모든 날 마지막에는 아들을 통하여 우리에게 말씀하셨으니 이 아들을 만유의 상속자로 세우시고 또 그로 말미암아 모든 세계를 지으셨느니라
3 이는 하나님의 영광의 광채시요 그 본체의 형상이시라 그의 능력의 말씀으로 만물을 붙드시며 죄를 정결하게 하는 일을 하시고 높은 곳에 계신 지극히 크신 이의 우편에 앉으셨느니라
4 그가 천사보다 훨씬 뛰어남은 그들보다 더욱 아름다운 이름을 기업 으로 얻으심이니
복음 | 요 1:1-14
1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 씀은 곧 하나님이시니라
2 그가 태초에 하나님과 함께 계셨고
3 만물이 그로 말미암아 지은 바 되었으니 지은 것이 하나도 그가 없 이는 된 것이 없느니라
4 그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 이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라
5 빛이 어둠에 비치되 어둠이 깨닫지 못하더라
6 하나님께로부터 보내심을 받은 사람이 있으니 그의 이름은 요한이라
7 그가 증언하러 왔으니 곧 빛에 대하여 증언하고 모든 사람이 자기 로 말미암아 믿게 하려 함이라
8 그는 이 빛이 아니요 이 빛에 대하여 증언하러 온 자라
9 참 빛 곧 세상에 와서 각 사람에게 비추는 빛이 있었나니
10 그가 세상에 계셨으며 세상은 그로 말미암아 지은 바 되었으되 세 상이 그를 알지 못하였고
11 자기 땅에 오매 자기 백성이 영접하지 아니하였으나
12 영접하는 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으니
13 이는 혈통으로나 육정으로나 사람의 뜻으로 나지 아니하고 오직 하 나님께로부터 난 자들이니라
14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우리가 그의 영광을 보 니 아버지의 독생자의 영광이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더라
■ 묵상 | meditatio
①사 52:9-10을 묵상하십시오. '예루살렘의 황폐한 곳들'이 기쁜 소리 를 내어 노래해야 할 이유는 무엇입니까?
②요 1:9-12을 묵상하십시오. 어두운 세상에 드리운 하나님의 위로의 정체는 무엇입니까?
③히 1:3을 묵상하십시오. 하나님의 위로로 오신 아기 예수님을 히브 리서 저자는 무엇이라고 표현합니까?
■ 기 도 | Oratio | 5-10분
■ 묵상 나눔
성탄聖誕 | 오래 된 약속의 성취
오늘은 역사상 가장 감격스러운 '성취'의 날입니다. 감격의 이유는 오늘의 '성취'가 성경의 오래 된 '약속의 성취'이기 때문입니다. 그 성취의 주인공은 아기 예수님이십니다. 하나님께서는 오래 전부터 구약의 선지자들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예언해 왔기 때문에, 예수 탄생은 '오랜 된 약속'의 성취인 겁니다. 여기서 우리는 시간의 신비를 봅니다. 하나님께서 '약속'을 주셨다는 사실은 곧 '미래'라는 '시간'을 주셨다는 의미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약속 안에서 미래를 꿈꾸었고, 약속이 있었기에 미래에로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오래 된 미래의 어느 시간에 약속대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탄생하셨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은 약속의 성취요, 약속의 완성이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그 감격스러운 사건을 시간 속에서 목격하게 됩니다. 먼저는 구약성경에 계시된 약속이고, 다음은 복음서에서 성취된 약속이고, 그 다음은 서신서에서 히브리서 저자가 밝히는 성취된 약속에 대한 해석입니다. 먼저 구약성경을 보겠습니다.
좋은 소식을 전하며 평화를 공포하며 복된 좋은 소식을 가져오며 구원을 공포하며 시온을 향하여 이르기를 네 하나님이 통치하신다 하는 자의 산을 넘는 발이 어찌 그리 아름다운가 | 사 52:7
여기에서 이사야 선지자는 '복된 좋은 소식'으로서, 하나님의 통치가 시작되었다는 소식을 전하는 자의 발을 '산을 넘는 발'이라고 표현하는데, 학자들은 제2이사야 선지자의 이 표현이 사 40:9-11에서 선포했던 예언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봅니다. "아름다운 소식을 시온에 전하는 자여 너는 높은 산에 오르라 아름다운 소식을 예루살렘에 전하는 자여 너는 힘써 소리를 높이라 두려워하지 말고 소리를 높여 유다의 성읍들에게 이르기를 너희의 하나님을 보라 하라 보라 주 여호와께서 장차 강한 자로 임하실 것이요 친히 그의 팔로 다스리실 것이라 보라 상급이 그에게 있고 보응이 그의 앞에 있으며 그는 목자 같이 양 떼를 먹이시며 어린 양을 그 팔로 모아 품에 안으시며 젖먹이는 암컷들을 온순히 인도하시리로다". 주 여호와께서는 장차 강한 자로 임하시고, 친히 그 팔로 당신 백성을 다스리실 것인데, 바벨론 압제자들의 폭력적인 통치와 달리, 그는 목자같이 온순하게 양떼를 먹이신다는 것입니다. 그 복된 좋은 소식이 바벨론의 높은 산들을 넘어 포로로 살아가는 유다 백성들에게 도착할 때에, 그 소식을 전하기 위해 '산을 넘는 발'이 아름답다는 것입니다. 머나먼 땅에 포로로 끌려가있던 이들에게 이 약속은 꿈속에서도 그리운 복된 소식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약속이 바벨론에 끌려가 있던 포로들에게만 들려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고국에 남아 예루살렘의 황폐함에 절망하고 있던 사람들에게도 약속의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너 예루살렘의 황폐한 곳들아 기쁜 소리를 내어 함께 노래할지어다 이는 여호와께서 그의 백성을 위로하셨고 예루살렘을 구속하셨음이라 여호와께서 열방의 목전에서 그의 거룩한 팔을 나타내셨으므로 땅 끝까지도 모두 우리 하나님의 구원을 보았도다 | 사 52:9, 10
그들은 이 약속을 부여잡고 오랜 세월 하나님의 위로와 구원을 기다렸습니다. 그 기다림의 시간이 700년입니다. 그 시간 전체가 오로지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하기에는 다소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견디며 기다려야 했던 것은 그 기다림이 구원을 향한 기다림이었기 때문입니다. '쿼터리즘(Quarterism)'이란 말이 있습니다. 4분의 1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쿼터(Quarter)'에서 온 말로, 어떤 일에 15분 이상 집중하지 못하는 현상을 일컫는 이른바 '15분주의'인데, 꽤 오래 전 이규태 씨가 자신의 책 '한국인의 의식구조'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무엇을 하든지 15분을 기다리지 못한다 해서 이 표현을 사용했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700년이라는, 그 비현실적인 시간을 선지자들이 전한 약속에 기대어 기다리게 하셨습니다. 어쩌면 그 기다림의 시간이 있었기에 그들은 깨어있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대림시기 동안의 기다림은 우리 모두를 깨어있게 하는 기다림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오늘 우리는 '약속의 성취'를 보았습니다. 오늘 우리가 대림시기의 기다림 끝에 맞이한 위로와 구원의 '복된 좋은 소식'(사 52:7)은 '빛으로 오신 아기 예수님'(요 1:5, 9)이며, 빛의 정체는 '예수님 안에 있는 생명'(요 1:4)입니다.
그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 이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라 | 요 1:4
예수님이 '사람들의 빛'이신 이유는 당신 안에 있는 '생명' 때문입니다. 그 생명이 너무 귀한 것이라서 요한은 예수님을 일컬어 '참 빛 곧 세상에 와서 각 사람에게 비추는 빛'(요 1:9)이라고 했습니다. 예수님 안에 있는 생명만이 참 생명이고, 그 생명을 나타내주는 빛만이 참 빛이며, 그 생명으로 사는 것만이 참으로 사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의 존재 안으로 바로 그 생명이 깃드신 것입니다. 따라서 성탄절은 '생명의 날'입니다. 얼마나 감격스럽고 복된 날입니까? 성 에프렘은 '시편 기도' 제1 까티즈마, 제3 스타시스에서 그리스도의 생명이 자신에게 깃든 것을 벅차게 찬미합니다.
오, 그리스도 우리 구세주시여,
당신은 나를 아버지께로 인도하시는 생명의 길이오이다.
오직 하나의 길밖에는 없으니,
그것이 나의 기쁨이며, 그 종점은 하늘왕국이나이다.
오, 주님 예수, 하나님의 아들이여,
당신은 내게 생명과 깨달음의 길이오이다.
오, 구세주, 오 내 생명이시여.
당신의 은혜는 내 마음이 당신을 따르도록 달콤함을 주나니,
내 마음을 당신 위한 비옥한 땅이 되게 하시어,
그 위에 영원한 생명의 이슬비를 내려 주시고,
내 마음의 들판에서,
겸손과 경외와 거룩함과 당신을 기쁘시게 할,
온갖 은총을 거두어 주소서. *
사순절 기도로 널리 알려져 있는 '성 에프렘의 기도'에서 그가 주로 고백하는 하나님은 '내 생명의 주님이시며 주관자'이십니다. 자신의 생명의 하나님께 그는, 자신의 마음을 하나님 위한 비옥한 땅이 되게 해 주시고, 그 위에 '영원한 생명의 이슬비'를 내려 달라고 기도합니다. 우리 모두의 마음도 하나님을 위한 비옥한 땅이 됨으로서 우리 위에 '영원한 생명의 이슬비'가 내리기를 기도합니다. 이러한 기도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는 그리스도 안에 있는 생명의 빛이 모든 사람에게 생명의 빛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서에서 사도 요한은 가슴 아픈 이야기를 꺼냅니다.
빛이 어둠에 비치되 어둠이 깨닫지 못하더라 | 요 1:5
그가 세상에 계셨으며 세상은 그로 말미암아 지은 바 되었으되 세상이 그를 알지 못하였고 자기 땅에 오매 자기 백성이 영접하지 아니하였으나 | 요 1:10, 11
하나님의 약속은 장구한 시간에도 불구하고, 역사 속에서 이루어졌고, 예수님 안에 있는 생명은 각 사람에게 빛으로 비쳐왔습니다. 하지만 어둠이 깨닫지를 못했습니다. 이렇게 허무한 결과가 또 있을까요? 세상을, 자기를 창조하신 하나님께서, 700년 전에 하신 약속을 이루시려고 자기의 나라에 오셨는데, 자기 백성이 하나님을 영접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왜 우리에게도 성 에프렘의 기도 같은 기도가 절실히 필요한지를 잘 설명해주는 말씀입니다.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은 예수님께서 오시기도 전에 이미 예수님의 때를 보고 즐거워했던 것(요 8:56)을 생각할 때, 그들의 영적 무지(無知) 혹은 약속의 성취에 대한 저항은 변명할 길이 없어 보입니다. 오늘 서신서에서 히브리서 기자는 생명과 구원의 성취로 오신 아기 예수님을 '하나님의 영광의 광채시오 그 본체의 형'(히 1:3a)이시라고 고백합니다. 비록 그 영광의 광채가 모든 사람에게 위로와 구원의 빛이 되지는 않았지만, 그 빛을 영접한 사람, 그 빛으로 자기 어둠을 밝힌 사람들에게는 큰 위로가 되어주었습니다. 만약 오랜 그리스도교 역사 속에서 '약속'이 없었고, 약속에 대한 '성취'가 없었다면, 우리는 어디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었겠습니까?
오늘 우리는 하나님의 약속 중에서 가장 감격스러운 '성취(成就)'인 성탄을 맞아 예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탄을 맞이한 우리의 마음은 흔쾌하게 기뻐하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자식들을 길거리에서 잃은 부모들이 아직도 차가운 거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찾아온 성탄입니다. 그래서 이 성탄절이 마냥 기쁠 수만은 없는데, 한 가지 우리가 마음에 담아두어야 하겠습니다. 플라톤에 따르면 우리는 '지각'하기 때문에 '기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기억'하기 때문에 '지각'할 수 있는 것입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의 진리 개념인 '알레테이아(a-letheia)' 역시 그렇습니다. '망각(lethe)하지 않는 것', '잊어버리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 진리인데, 이 성탄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겠습니다. 이 성탄절에 우리는 먼저, 오래 전 약속의 성취로서 이 땅에 탄생하신 예수님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예수님을 기억할 때마다 채 울음을 삭히지 못한 유족들을 함께 기억하고, 함께 울어줄 수 있는 이웃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기억은 항상 기억하는 사람과 기억되는 대상 사이를 연결시켜서 참여적 행동으로 우리를 이끌어 갑니다. 빛으로 오신 예수님을 기억하는 우리들은 이제 그리스도의 빛을 머금은 사람으로서 그리스도인다운 참여에 나서야 합니다. 그것은 웃는 이웃과 함께 기뻐하고, 우는 이웃과 함께 슬퍼하는 것입니다. 지금 울고 있는 우리의 이웃들은 오늘 약속의 성취로 탄생하신 예수님께서 당신의 생명을 바쳐 사랑하신 분들입니다. 그 한 분 한 분을 가슴으로 기억하며 이 성탄절을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 관상 | Contemplatio
관상은 '하나님을 보는 기도'입니다. 마음이 청결한 자는 하나님을 볼 것입니다.
■ 실천 | Praxio
①그리스도를 온전히 영접하지 못한 채 어둠 가운데 있지 않은가?
②그리스도를 온전히 영접하여 예수님의 생명으로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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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 에프렘/박효섭 옮김 ｢성 에프렘의 시편기도｣(카리스마타코이노니아 2022) 34쪽 ☞사막의 교부들은 정기적으로 시편 150편을 모두 암송했으며, 수도 전통의 확산과 함께 시편은 수많은 관상시편으로 보강되었습니다. 이러한 전통에 따라 예루살렘과 콘스탄티노플에서 발전된 150편의 시편을 전례적 사용을 위하여 20개 부분으로 편집한 것이 까티즈마(καθίσμα)입니다. 까티즈마란 그리스문자 그대로 '앉는다'를 의미합니다. 이것은 형제가 시편을 읽는 동안 다른 형제들은 주의 깊게 앉아서 듣기 때문입니다. 또한 각 까티즈마는 그리스문자 그대로 '일어서다'를 의미하는 세 개의 스타시스(στάσεις)로 더 세분화 되는데, 이것은 각 슽타시스의 끝에서 모든 사람이 성삼위를 공경하여 자리에서 일어서기 때문입니다.(발간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