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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 제3(나해) 거룩한 독서

Lectio Divina

 

내적침묵기도 | Centering Prayer

읽기 | Lectio

 

구약 | 20:1-17

 

1 하나님이 이 모든 말씀으로 말씀하여 이르시되

2 나는 너를 애굽 땅, 종 되었던 집에서 인도하여 낸 네 하나님 여호 와니라

3 너는 나 외에는 다른 신들을 네게 두지 말라

4 너를 위하여 새긴 우상을 만들지 말고 또 위로 하늘에 있는 것이 나 아래로 땅에 있는 것이나 땅 아래 물속에 있는 것의 어떤 형상 도 만들지 말며

5 그것들에게 절하지 말며 그것들을 섬기지 말라 나 네 하나님 여호 와는 질투하는 하나님인즉 나를 미워하는 자의 죄를 갚되 아버지로 부터 아들에게로 삼사 대까지 이르게 하거니와

6 나를 사랑하고 내 계명을 지키는 자에게는 천 대까지 은혜를 베푸 느니라

7 너는 네 하나님 여호와의 이름을 망령되게 부르지 말라 여호와는 그의 이름을 망령되게 부르는 자를 죄 없다 하지 아니하리라

8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키라

9 엿새 동안은 힘써 네 모든 일을 행할 것이나

10 일곱째 날은 네 하나님 여호와의 안식일인즉 너나 네 아들이나 네 딸이나 네 남종이나 네 여종이나 네 가축이나 네 문안에 머무는 객 이라도 아무 일도 하지 말라

11 이는 엿새 동안에 나 여호와가 하늘과 땅과 바다와 그 가운데 모든 것을 만들고 일곱째 날에 쉬었음이라 그러므로 나 여호와가 안식일 을 복되게 하여 그 날을 거룩하게 하였느니라

12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 서 네 생명이 길리라

13 살인하지 말라

14 간음하지 말라

15 도둑질하지 말라

16 네 이웃에 대하여 거짓 증거하지 말라

17 네 이웃의 집을 탐내지 말라 네 이웃의 아내나 그의 남종이나 그 의 여종이나 그의 소나 그의 나귀나 무릇 네 이웃의 소유를 탐내지 말라

 

응송 | 19

 

나의 반석이시요 나의 구속자이신 여호와여 내 입의 말과 마음의 묵상이 주님 앞에 열납되기를 원하나이다

 

서신 | 고전 1:18-25

 

18 십자가의 도가 멸망하는 자들에게는 미련한 것이요 구원을 받는 우 리에게는 하나님의 능력이라

19 기록된바 내가 지혜 있는 자들의 지혜를 멸하고 총명한 자들의 총 명을 폐하리라 하였으니

20 지혜 있는 자가 어디 있느냐 선비가 어디 있느냐 이 세대에 변론 가가 어디 있느냐 하나님께서 이 세상의 지혜를 미련하게 하신 것 이 아니냐

21 하나님의 지혜에 있어서는 이 세상이 자기 지혜로 하나님을 알지 못하므로 하나님께서 전도의 미련한 것으로 믿는 자들을 구원하시 기를 기뻐하셨도다

22 유대인은 표적을 구하고 헬라인은 지혜를 찾으나

23 우리는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를 전하니 유대인에게는 거리끼 는 것이요 이방인에게는 미련한 것이로되

24 오직 부르심을 받은 자들에게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그리스도 는 하나님의 능력이요 하나님의 지혜니라

25 하나님의 어리석음이 사람보다 지혜롭고 하나님의 약하심이 사람 보다 강하니라

 

복음 | 2:13-22

 

13 유대인의 유월절이 가까운지라 예수께서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셨더니

14 성전 안에서 소와 양과 비둘기 파는 사람들과 돈 바꾸는 사람들이 앉아 있는 것을 보시고

15 노끈으로 채찍을 만드사 양이나 소를 다 성전에서 내쫓으시고 돈 바꾸는 사람들의 돈을 쏟으시며 상을 엎으시고

16 비둘기 파는 사람들에게 이르시되 이것을 여기서 가져가라 내 아버 지의 집으로 장사하는 집을 만들지 말라 하시니

17 제자들이 성경 말씀에 주의 전을 사모하는 열심이 나를 삼키리라 한 것을 기억하더라

18 이에 유대인들이 대답하여 예수께 말하기를 네가 이런 일을 행하니 무슨 표적을 우리에게 보이겠느냐

19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너희가 이 성전을 헐라 내가 사흘 동 안에 일으키리라

20 유대인들이 이르되 이 성전은 사십육 년 동안에 지었거늘 네가 삼 일 동안에 일으키겠느냐 하더라

21 그러나 예수는 성전된 자기 육체를 가리켜 말씀하신 것이라

22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나신 후에야 제자들이 이 말씀하신 것을 기 억하고 성경과 예수께서 하신 말씀을 믿었더라

 

묵상 | meditatio

 

20:4을 묵상하십시오. '너를 위하여' 새긴 우상을 만들지 말라는 말씀은, 오늘날 그리스도인에게 어떤 신앙생활을 요청하는가?

 

2:14-16을 묵상하십시오. 성전에서 장사하거나 돈 바꾸는 사람 들은 '성전' 그리고 '성전에 오는 사람'을 어떻게 여기고 있습니까?

 

고전 1:22, 23을 묵상하십시오. 표적을 구하는 유대인과 다르고, 지 혜를 구하는 헬라인과도 다른 바울의 관심은 오직 무엇입니까?

 

기 도 | Oratio | 5-10

묵상 나눔



십계명에 담긴 하나님의 마음

 

교회의 시간으로 사순절 셋째 주일을 맞은 오늘 24절기 생태력은 경칩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경칩은 놀라서 일어난다는 뜻의 '놀랄 경()' 자와 겨울잠 자는 벌레라는 뜻의 '()' 자가 어우러진 단어로, 겨울잠을 자던 벌레들이 봄기운에 놀라서 잠에서 깨어 활동을 시작한다는 의미입니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생태계가 참 신묘(神妙)하기도 하지만, 그 신묘한 창조세계의 변화를 예민하게 눈치 채고 살았던 우리 선조들의 감수성과 지혜에도 경외하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창조질서에 순응해서 이즈음 어김없이 깨어 생명활동을 시작하는 벌레들을 보면서도 경탄하게 되는 계절입니다. 오늘은 또 삼일절기념주일이기도 합니다. 105년 전, 마치 벌레처럼 숨죽이고 살던 조선 민중들이 한꺼번에 일어나 만세를 부른 3.1만세운동 역시 하나님께서 창조하시고 이끄시는 섭리에 대한 화답이었습니다. 때 되면 어김없이 계절을 섭리하시는 창조주 하나님께서 1919년 기미년 경칩을 여시면서 그리스도인들을 깨우시고, 2천 만 조선 민중을 깨워 우리의 조선이 독립한 나라임과 조선사람이 자주적인 국민임을 선언하게 하신 것입니다. 그렇듯 진정한 그리스도교 영성은 교회 안에서 예배를 통해 하나님께 나아가는 것만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만드신 창조세계와 순환하며 살고, 자신이 살아가는 역사의 현장 안에서 하나님의 뜻을 실천하려 애쓰는 것까지 포함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오늘 성서일과의 말씀들은 우리에게 그런 신앙과 삶에 대해 일깨워줍니다.

 

먼저 구약성경은 '언약의 말씀' '십계명'(34:28;4:13 참조)을 통해 그리스도인이 살아가야 할 삶을 세 가지로 설명합니다. 3-7절은 하나님을 사랑하고 계명을 지키는 삶을, 8-11절은 생태계와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삶을, 12-17절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삶을 설명합니다.

 

서신서에서 사도 바울은 참된 그리스도인의 삶을 '십자가의 도'를 통해 설명합니다. 바울 시대에는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를 전하는 것을 유대인들은 비위에 거슬리는 것이라 여기고, 헬라인들은 어리석은 것이라 여겨서(고전 1:23), 유대인들은 표적을 통해 냉철함을 추구했고, 헬라인들은 지혜를 통해 우아함을 추구했습니다. 그런 이들에게 사도 바울은 표적에도 지혜에도 마음 빼앗기지 말고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를 바라보라'고 촉구합니다(고전 1:22, 23). 부름 받은 사람들이 따라야 할 참되고 본 된 지혜가 십자가의 그리스도 안에 함축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복음서의 말씀은 하나님과 사람의 교제가 파괴되고,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가 유린당하는 끔찍한 현장을 예루살렘 성전의 장사치들을 통해 보여줍니다. 예수님은 그들을 채찍으로 내치시면서 "내 아버지의 집으로 장사하는 집을 만들지 말라"(2:16)고 역정을 내십니다. 먼저 구약 성경부터 보겠습니다. 오늘 말씀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나는 야훼다. 바로 내가 너를 이집트 땅 종살이하던 집에서 이끌어낸 너의 하나님이다. | 20:2 공동번역

 

하나님의 자기소개 형식으로 되어 있는 이 선언은 바로 다음 절부터 이어지는 계명의 근거가 되는데,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서 보아야 할 것은 하나님께서 '나는 야훼다(아노키 예호와 הוהי יכנא)'라고 당신이 누구신지를 밝히시면서 동시에 '너의 하나님(엘로헤카 ךילא)'이라는 표현을 추가함으로서 하나님과 관련이 있는 ''로서의 이스라엘이 누구인지도 상기시켜 주고 계시다는 사실입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나는) 여호와다. 나는 (너의) 하나님이다. 나는 너를 (종살이로부터 해방시켰다.)" 그리고 이어서 '열 마디 말씀'으로 불리는 십계명이 주어지는데, 그 중 하나님께서 히브리인들을 이집트의 압제로부터 해방시키신 목적이 가장 명료하게 드러나는 부분이 제 1계명이라 하겠습니다.

 

너는 나 외에는 다른 신들을 네게 두지 말라 | 20:3

 

이 제 1계명은 두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신앙적(信仰的) 측면에서 본 이해이고, 두 번째는 실사구시(實事求是) 측면에서 본 이해입니다. 먼저 신앙적 측면에서 제 1계명을 보겠습니다. '나 외에는'이라는 표현을 히브리어 문자적으로 표현하면 '알 파나야(ינפ־לע)' '내 앞에서' 혹은 '내 얼굴 앞에서'라는 의미입니다. '하나님의 얼굴''하나님의 임재'를 의미한다고 볼 때, 이 말씀은 '하나님의 임재가 나타나는 곳'에서는 다른 신이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우리는 이 첫 번째 계명의 보다 정확한 의미를 이어지는 두 번째 계명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너를 위하여 새긴 우상을 만들지 말고 또 위로 하늘에 있는 것이나 아래로 땅에 있는 것이나 땅 아래 물속에 있는 것의 어떤 형상도 만들지 말며 그것들에게 절하지 말며 그것들을 섬기지 말라 | 20:4, 5a

 

당시 고대 근동에는 나무나 돌이나 금속에 사람이나 짐승의 형상을 조각하고, 그 조각한 형상을 숭배하는 풍습이 만연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형상을 조각하고 숭배하는 동기'에 대해 하나님께서는 '너를 위하여'(20:4) 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을 풀어서 설명하면 '네 생각과 네 계획과 네 소원'을 위하여 '네가 조각한 우상'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하나님께서 그토록 우상숭배를 말리신 이유는 당시 다신론 사회에서의 우상들은 순수한 신이 아닌 사람이 조각해 만든 탐심의 도구였기 때문입니다. 고대근동의 지배자들은 이런 인간의 욕망을 악용해서 백성들이 우상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길들였고, 백성들은 욕망에 겨워 지배구조에 예속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금지하신 것은 바로 그러한 것, 하나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존귀한 인간이 자신의 욕망을 우상에게 투사하며 영혼을 빼앗기고 삶을 예속당하는 하나님의 형상답지 못한 모습이었습니다. 심지어 하나님은 당신의 이름을 부를 때도 그런 욕망을 담아 부르지 말라고 하십니다.

 

너는 네 하나님 여호와의 이름을 망령되게 부르지 말라 여호와는 그의 이름을 망령되게 부르는 자를 죄 없다 하지 아니하리라 | 20:7

여기서 '망령되게'라는 단어는 히브리어 '라사웨(אושׁל)'로서 '헛되이', '쓸데없이', '함부로'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미 당신의 이름을 통해 당신의 '거룩하신 품성'을 계시하셨는데, 그런 하나님의 거룩하신 품성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욕망을 담아 하나님의 이름을 부름으로서 하나님의 이름을 더럽히지 말라는 것입니다. 사람이 자기 욕망을 담아 신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하면, 그런 신앙은 자기영혼을 파괴할 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그릇된 영향을 끼치기 시작합니다. 오늘날에도 적지않은 교회와 신자들이 하나님의 이름으로 우상을 숭배하는데, 번영신학과 기복신앙이 그런 우상숭배의 전형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말씀하십니다.

 

나를 사랑하고 내 계명을 지키는 자에게는 천 대까지 은혜를 베푸느니라 | 20:6

 

이 말씀에서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나를 사랑하고'에서의 '사랑'이 히브리어 '아하브(בהא)'라는 사실입니다. '아하브'는 남녀 간의 사랑을 의미합니다. 이성간의 사랑이 제3자의 개입을 불허하듯이, 하나님 사랑도 제3의 요소 즉 우상숭배가 배제된 순수한 사랑이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향해 그런 사랑을 할 때, 하나님은 천 대까지 은혜를 베풀어 주시겠다고 약속하십니다. 이렇게 제 1계명을 신앙의 측면에서 살펴보면 우상숭배의 폐해로부터 당신 백성들의 영혼을 보호하시려는 하나님의 마음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제 1계명을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측면에서 살펴보면 출애굽한 히브리들이 진정한 자유인으로 살아가도록 하시려는 하나님의 마음을 보게 됩니다. 실사구시란 '사실(寫實)'에 바탕을 두고 진리를 탐구하는 것입니다. 해방 직후에 주어진 계명이라는 측면에서 십계명 안에는 지금 막 해방을 맞은 사람들이 자유인으로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규칙들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너는 나 외에는 다른 신들을 네게 두지 말라"(20:3)는 계명에는 "이제부터 하나님 외에는 그 누구에게도 예속되지 말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하겠습니다. 당시 이집트에는 많은 신들이 있었습니다. '(Ra)'라는 태양신, '아툼(Atum)'이라는 창조신이 있었는가 하면, '호루스(Horus)'라는 파라오로 현현되는 신의 이름도 있었습니다. 이 신들은 모두 히브리들을 억누르는 통치자를 위한 신으로 통치자들의 안정과 번영과 권력을 보장해주는 신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최고 통치자이던 파라오를 땅에 내려와 통치하는 신()으로 내세우며, 신적 권위로 히브리들에게 굴종을 강요했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형상대로 창조되었을 뿐 아니라, 당신의 언약까지 부여받은 히브리들에게 해방 이후로는 하나님 외에 그 누구에게도 예속되거나 굴종하지 말라는 당부를 제 1계명에 담아주신 것입니다. 하나님의 그 마음이 잘 담겨 있는 계명이 또한 제4 계명인 안식일 계명이기도 합니다.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키라 엿새 동안은 힘써 네 모든 일을 행할 것이나 일곱째 날은 네 하나님 여호와의 안식일인즉 너나 네 아들이나 네 딸이나 네 남종이나 네 여종이나 네 가축이나 네 문안에 머무는 객이라도 아무 일도 하지 말라 | 20:8-10

 

하나님께서는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키라"고 명령하십니다. 그런데 그 방법이 우리 시선을 끕니다. 첫째는 ''''을 잘하라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이유는 ''''을 잘 할 때 진정한 출애굽의 목적이 달성되기 때문입니다. 먼저 ''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십계명에서 하나님은 출애굽한 히브리들의 '노동의 목적'을 근원부터 바꾸어 주십니다. 그들이 애굽에서 노예로 있을 때, 그들이 하는 일은 모두 '파라오(바로)'를 위한 일이었습니다. 파라오를 위해 벽돌을 구웠으며, 파라오를 위해 성()을 쌓았습니다. 그들에게는 '자기 일'이란 게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부터는 그러지 말라는 겁니다. "엿새 동안은 힘써 '네 모든 일' '너의 일'을 하라는 겁니다. '네 행복'을 위해 엿새를 살라는 말씀입니다. 며칠 전까지 노예였던 그들에게 이 말씀은 낯설고 두렵게 다가왔겠지만, 그들은 하나님께서 자신들을 출애굽 시키신 이유를 알아야 했습니다. 하나님은 그들이 자유인이 되게 하시려고 이집트의 압제에서 해방시키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억압에 대한 굴종이 아닌 자유인으로서 자기 행복을 위해 일하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자기 행복을 위해 일만 하라고 말씀하지 않으십니다. 이레째 되는 날에는 하루의 안식을 통해 자유인의 행복을 만끽하도록 하셨습니다. 이 안식의 의미를 단순하게 노동 후의 휴식의 관점에서만 보면 안 됩니다. 유대 사상가들에 따르면, 안식일은 인간의 영혼에 개방된 하나님의 현존이고,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는 안식일이 우리에게 어떤 날이 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유대교 문헌들은 몸과 영혼이 함께 쉴 때 나타나는 현상을 '고요함'으로 묘사합니다. 랍비들의 창세기 주석서인 '창세기 랍바(Genesis rabbah)'는 일곱째 날 무엇이 창조되었느냐는 물음에 '고요, 평온, 평화, 휴식'이라고 대답합니다. 그러니까 안식일의 쉼은 신체적 휴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전체가 평강이라는 하나님의 차원에 들어가는 영성적 행위라는 것입니다. 안식일의 쉼은 인간이 하나님의 선한 창조를 긍정하는 행동이고, 하나님의 안식에 함께 참여하는 것입니다. 역으로 말하면 하나님 없는 안식은 존재하지 않는 것인데, 성 어거스틴(A. Augustinus)의 고백대로라면, 우리의 마음이 하나님 안에서 쉴 때까지는 진정한 안식이란 없다 하겠습니다. 그렇듯 일과 쉼이 '하나님 안에서' 주어진 것이라면, 그러면 일과 쉼에서 하나님이 배제될 때, 사람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게 될까요? 오늘 복음서에 보면 성전 안에서 하나님 없이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유대인의 유월절이 가까운지라 예수께서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셨더니 성전 안에서 소와 양과 비둘기파는 사람들과 돈 바꾸는 사람들이 앉아 있는 것을 보시고 | 2:13, 14

 

유월절을 맞아 예루살렘에 올라가신 예수님께서 성전에 들어가시려는 찰나 일단의 무리들에게 시선이 멈춥니다. 소나 양이나 비둘기를 파는 장사꾼들과 환전상이 앉아있는 것을 보신 것입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씀 보십시오.

 

노끈으로 채찍을 만드사 양이나 소를 다 성전에서 내쫓으시고 돈 바꾸는 사람들의 돈을 쏟으시며 상을 엎으시고 비둘기파는 사람들에게 이르시되 이것을 여기서 가져가라 내 아버지의 집으로 장사하는 집을 만들지 말라 | 2:15, 16

 

예수님이 그들을 향해 역정을 내시는 이유는 그들이 성전 안에서 성전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하나님을 배제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신들이 출애굽한 히브리들의 후예이고, 십계명에 일과 안식의 참 의미를 담아주신 하나님 마음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들은 엿새 동안 일을 할 때도 '하나님 안에서' 소명감을 가지고 자기의 일을 했어야 할 것이고, 일곱째 날의 쉼도 '삼위일체 하나님의 은총 안에서' 영과 육이 함께 안식하는 '성일(聖日)'이 되었어야 합니다. 그런데 하나님을 배제한 채 일을 하려니, 소명감은 간데없어지고, 마음은 탐욕에 점령당하고, 성전 안에서 불의한 결탁을 이루어서 이웃과도 형제와도 분리된 삶을 사는 것입니다. 오늘 서신서에서 바울은 의미심장한 말씀을 합니다.

 

유대인은 표적을 구하고 헬라인은 지혜를 찾으나 | 고전 1:22

 

여기에서 바울은 종교적 인간상으로는 유대인을, 문화적 인간상으로는 헬라인을 보여줍니다. 당시 유대인은 메시아의 증거를 보기 위해 표적을 기대했고, 헬라인은 고상한 삶을 추구하며 철학적 지혜를 구했습니다. 우리는 그들의 그 냉철함과 우아함 뒤에 숨겨진 타락한 속물적인 인간상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결국 표적과 지혜에 눈이 먼 그들은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지 못하고 맙니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서 바울은 유대인과 헬라인으로 특정된 두 종류의 인간상과 질적으로 구별되는 제 3의 인간상을 제시합니다.

 

우리는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를 전하니 유대인에게는 거리끼는 것이요 이방인에게는 미련한 것이로되 오직 부르심을 받은 자들에게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능력이요 하나님의 지혜니라 | 고전 1:23, 24

 

사람들이 표적과 지혜에 눈이 멀어 그것만을 구하던 때, 바울은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봅니다.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를 전하는 것이 유대인들에게는 거슬리고, 헬라인들에게는 어리석음으로 여겨졌지만 그러나 바울에게는 자신의 전부였습니다. 오직 그리스도 안에만 있는 참 자유를 깨달은 바울이었기에 그는 그리스도만을 알기 원했고, 그리스도 안에서 살기를 원했고, 사람들을 그리스도께로 인도해서 더불어 '십자가의 도'를 일구며 살고자 했습니다. 그 바울에게서 우리는 참된 인간상을 봅니다. 참되고 진정한 그리스도교 영성이란 바로 그런 것이겠습니다. 사순절이 깊어가는 이 때, 우리 모두 영의 눈이 뜨여 하나님과 참된 일치를 이루고,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모든 이웃과 생태계와도 일치를 이루며 다가오는 부활절이 십자가를 통과해 낸 생명의 축제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관상 | Contemplatio

 

관상은 '하나님을 보는 기도'입니다. 마음이 청결한 자는 하나님을 볼 것입니다.

 

실천 | Praxio

 

나도 모르게 예배와 기도가 우상숭배로 채워지고 있지 않은가?

 

하나님과 일치를 이룬 후 이웃과 생태계와도 일치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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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te2024.03.05 Views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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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사순절 제3주 (나해) 거룩한 독서 Lectio Divina

    사순절 제3주 (나해) 거룩한 독서 Lectio Divina ■ 내적침묵기도 | Centering Prayer ■ 읽기 | Lectio 구약 | 출 20:1-17 1 하나님이 이 모든 말씀으로 말씀하여 이르시되 2 나는 너를 애굽 땅, 종 되었던 집에서 인도하여 낸 네 하나님 여호 와니라 3 ○너는 ...
    Date2024.03.02 View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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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사순절 제3주 (나해) 거룩한 독서 Lectio Divina

    사순절 제3주 (나해) 거룩한 독서 Lectio Divina ■ 내적 침묵기도 | Centering Prayer 기도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성령께서 오시도록 청합니다. 침묵기도는 하나님의 현존 안에 머무는 것입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내 안에 살아계신 주님께 의탁하는 ...
    Date2024.03.01 View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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